Safe Haven — Foreword to Mark Spitznagel’s book Safe Haven by Nassim Taleb (번역)

Jongyoun Kim
12 min readJun 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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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는 책 ‘Safe Haven’. 나심 탈레브가 서문을 썼다. 근데 서문이 너무 감동적이다. 그래서 번역을 했다.

그냥 나심 탈레브 책의 한 챕터 느낌이다. (원문 링크: https://medium.com/incerto/safe-heaven-e76392796ef5)

Santa Marina — Karl Popper — Herman Hesse’s Sidharta — Mutua Muli — Porsche’s no substitute

산타 마리나

북부 레반트의 나의 조상 마을 언덕 꼭대기에는 산타 마리나(Santa Marina)를 기리는 교회가 서 있다. 마리나는 동로마제국 지역에서 기려지는 지역 성인(local saint)이다.

마리나는 AD 5세기에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다. 어머니가 죽은 후, 그녀의 아버지는 시민으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수도원에서의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마을에서 8마일 정도 떨어진 레바논 산 기슭의 코누비움 계곡 바위 수도원에서 여생을 보내고자 했다. 마리나는 아버지와 함께 수도원에 들어가길 고집했고, 이를 위해 소녀 마리나가 아닌 소년 마리노스로 가장해야 했다.

그로부터 약 10년, 그녀의 아버지가 죽은 이후의 일이다. 지역을 찾은 한 로마 병사는 동네 여관 주인의 딸을 임신시켰다. 그 병사는 당시 다른 일로 여관에 머무르고 있었던 마리나가 한 일이라고 하라고 그 딸과 여관 주인을 협박했다. 여관 주인의 딸과 그 가족은 로마 병사들의 보복이 두려워서 그 말에 순순히 따랐다.

마리나는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서 뛰어난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도 없었다. 자신이 여자라는 것만 드러내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책임을 졌다.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을 드러내지 않았고, 수도승으로서의 정체성과 사명적인 거룩함에 충실하려 했다. 그래서 마리나는 아이를 키울 수밖에 없었고, 그녀가 저지르지 않은 범죄에 대해 회개했으며, 이후 10년간 수도원 밖에서 구걸을 하며 살았다.

마리나는 매일 동료들과 지역 주민의 경멸에 직면했다. 하지만 그녀는 진실을 밝히고 싶은 유혹에 결코 굴복하지 않고 단호하게 서 있었다.

그녀가 일찍 죽은 후, 정화 의식을 하는 도중에 그녀의 진짜 성별이 드러났다. 고발자들의 죄가 사후에 드러났고, 그녀는 그리스 정교회 성인으로서의 존경을 받았다.

The Connubium (Qannubin) Valley (North Lebanon) with monasteries and cells carved in the rocks.

성인 마리나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다른 종류의 영웅적 행위를 보여준다. 자발적이고 순간적으로 용기를 내고,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전투에서 영웅이 되고, 철학적 죽음을 위해 독배를 마시고, 로마 콜로세움에서 사자에 의해 불구가 되면서 순교자가 되는 것도 물론 영웅적 행위이다. 하지만 어떠한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약속도 없이 동료들에 의해 매일 굴욕을 당하며 고단한 삶을 사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극심한 고통은 결국 사라진다. 둔하고 일상적인 고통은 훨씬 더 견디기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훨씬 더 영웅적이다.

스피츠

나는 마크 스피츠나겔을 충분히 오래 (20년 이상) 알고 지냈다. 예전에 그가 “나는 생각할 수 있고, 나는 기다릴 수 있고, 나는 금식할 수 있다.”라는 주인공의 대사가 나오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 ‘싯타르타’를 읽고 나서 잠시 채식주의자가 된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할 정도니까. 1년의 2/3은 채식주의를 하고 나머지 1/3 동안은 격렬하게 육식 생활을 하는 (특히 일요일과 휴일에) 그리스 정교회식 금식을 하자는 나의 제안은 아직까지는 실패했다. 어쩌면 다음에 다시 시도해봐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신의 음악적 취향을 동료들에게 은근히 강요하는 것을 좋아한다. (주로 카라얀이 지휘하는 말러다) 초기에는 거의 의식처럼 모든 대화가 칼 포퍼로 시작해서 과학적인 방법의 중심 비대칭성으로 끝나곤 했다. 우리는 스스로 트레이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여겼다. 즉, 비즈니스 세계에 적절한 추론과 확률 이론을 적용하는 동시에 시장의 피드백에 따라 이 분야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Gedankenexperiment (사고실험) 같은 독일어 용어도 있었다. 사무실에서 주로 다뤄지는 주제와 작가들의 지리적 특징이 있었다: 전쟁 전 빈과 그 세계관.

Sir Karl Sigmund Popper

스피츠는 항상 완고한 사람이었다. 놀라울 정도로 명료한 마음과 완고함은 늘 붙어다니는 특성이라는 게 좋은 변명일 것이다. 나[나심 탈레브]는 글 보다 실제로 만났을 때 훨씬 외교적이고 덜 고집스럽다. 스피츠는 정반대다. 하지만 그는 그걸 외부 사람들(예를 들어 언론인들이나 다른 어리버리한 인간들)로부터 매우 잘 숨긴다. 그는 심지어 우리를 취재한 뉴요커 기사를 작성한 말콤 글래드웰도 속였다. 그 기사에서 말콤 글래드웰은 내가 술집에서 싸움을 시작할 사람이고, 스피츠가 그 싸움을 말릴 사람이라고 썼다.

우리 사무실 분위기는 장난스럽게 독특했다. 방문객들은 칠판에 무질서하게 늘어선 수학 방정식 때문에 혼란스러워했고, 또한 우리의 강점이 수학적인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 마크와 나는 모두 정량적인 일을 하기 전에 피트 트레이더였다. 우리의 일은 기존 모델의 수학적 결함을 감지하는 것에 기반을 두었지만, 우리의 진정한 강점은 교정, 미세 조정, 실행, 주문 흐름 및 거래 비용의 중심성을 이해하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놀랍게도, 스킨 인 더 게임이 있는 사람들, 즉 자신의 돈을 위험감수해가며 스스로 성공한 사람들(은퇴한 섬유 수입가, 전직 쇼핑센터 개발가)은 이걸 곧바로 이해한다. 반면 이도 저도 아닌 재무 MBA들, 연말에 인사과에서 인사 평가를 받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직관을 연결시키지도 못하며, 수학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내가 마크를 만났을 때 우리는 피트 트레이딩과 확률 이론(Extreme Value Theory 같은)의 교차점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그 교차점에는 우리 둘 밖에 없다.

Mutua Muli

그래서 여기서 나온 주요한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일반 대중에 의해 무시되는, 피드백은 없고 보상은 멀리 떨어져있는 활동들이 존재한다.
(There are activities with remote payoff and no feedback that are ignored by the common crowd.)

이런 추론도 가능하다:

피드백의 부재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행동과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라.
(Never underestimate the effect of absence of feedback on the unconscious behavior and choices of people.)

마크는 어떤 사람이 피아노 연습을 하는 예시를 자주 사용했다: 한 사람이 피아노를 오랫동안 연습했지만 조금의 진전도 없었다. 젓가락 행진곡도 못 칠 정도였다. 하지만 계속 피아노를 연습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하루 아침에 쇼팽과 라흐마니노프를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아니, 현대 심리학과는 관련이 없다. 심리학자들은 ‘보상 지연’이라는 개념에 대해 얘기한다. 또한 사람들이 보상을 미래로 미룰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그들은 미래의 2달러보다 현재의 1달러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 인생에서 불행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스피츠의 아이디어와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왜냐하면 나중에 보상이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차피 심리학자들은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잘못된 논리를 펴는 엉터리 과학자이다. 지연된 만족이 사회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준다는 주장은 결국 틀렸음이 드러났다. 현실 세계는 조금 다르다. 불확실성 속에서, 당신은 지금 얻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1년 안에 2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1년 후에 파산하거나 감옥에 가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얘기는 ‘보상 지연(delayed gratification)’에 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외부의 보상(external gratification) 혹은 무작위 보상(random gratification)이 없이도 활동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얘기다. 약속 없이 살 수 있는 용기를 가져라. (Have the fortitude to live without promises)

그럼 두번째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로 좋지만, 좋아보이지 않는 것은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다.
(Things that are
good but don’t look good must have some edge.)

이 말은 끝없는 멍청한 인간들의 저수지 속에서, 인내심이 있고 정신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항상 옳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마라.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은, 보상의 부재에 대처하기 위해, 상패와 명성 있는 저널을 만들어야 했다. 이것들은 영웅이 아닌 사람들이 잘 보이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아이디어가 맞는 것으로 증명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중간 과정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연구”는 겉으로만 연구처럼 보이는 게임으로 변질되었다. “명망 높은”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면 그걸로 끝이다. 미래에 그 아이디어가 실현되지 않더라도 상관이 없다. 이러한 게임은 서로가 서로를 인용해주는 게임을 만들고, 재무와 경제학 같은 분야에서 끝없이 개소리를 하면서도 어떠한 피드백도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상을 주는 클럽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마코위츠류의 포트폴리오 구성 이론(혹은 관련 “위험 평가” 이론)을 사용하려면 자산간의 상관관계가 알려져있어야 하고, 그 상관관계가 랜덤이 아니어야 한다. 이 가정을 제거하면 포트폴리오 구성 자체가 무너진다. 컴퓨터 지식이 없이도, 데이터가 없이도, 이 상관관계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랜덤하게 변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변명은, 다른 사람들도 이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세상에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엄청난 이력서(그리고 몇몇 노벨상)를 가진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렇게 서로 인용해주고, 서로를 순환적으로 지원하는 그룹은 고대 사회에서 ‘mutua muli’라고 불렸다: 서로 존경하는 노새라는 뜻이다.

비용 효율적인 리스크 완화

대부분의 재무 및 비즈니스 수익은 드문 사건에서 발생한다. 평소에 일어나는 일은 전체 수익과 관련이 거의 없다. 현재의 재무 모델은 그 반대다. 1998년에 터진 ‘Long Term Capital Management’라고 불렸던 펀드는 그러한 mutua muli의 대표주자였다. 노벨상 받은 학자들이 한 달만에 자신들의 모델이 얼마나 멍청한지를 증명했다. 1980대의 거의 모든 사람들, 특히 1987년 대폭락을 겪은 사람이면 그들이 돌팔이였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긴 주말 이후 뉴욕 하수구 수준의 정신적 명료함을 가지고 있다. 이 사실은 mutua muli가 전체 산업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투자의 세계는 분명히 잘못된 수학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외관상으로 세련되어 보이고 결국에는 고객에게 피해를 입히는 분석가들에 의해 채워져있다. 왜냐? 이건 OPM(“other people’s money”, 다른 사람들의 돈)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이고, 거기서 나오는 이득은 자신들의 것이니까. 역시 스킨 인 더 게임의 부재이다.

안정적인 수익은 꼬리 위험(tail risk)을 숨기는 것과 함께 한다. 1982년과 2008년 두 번의 에피소드에서 은행들은 은행 역사상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잃었지만, 그 매니저들은 여전히 부자이다. 그들은 스탠다드 모델이 낮은 위험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다이너마이트 더미에 앉아있을 때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속임수의 도구로 쓰이는 이 모델을 폐기해야 했다.

이러한 위험 전가 행위는 모든 비즈니스 활동에 존재한다: 기업들은 꼬리 위험 보험을 피하기 위해 재무 애널리스트의 말을 따른다. 그들은 다음 폭풍을 견딜 수 있는 회사가, 약간의 경기 악화나 금리 상승에도 무너질 수 있는 회사보다 안 좋다고 생각한다. EPS가 1센트라도 높다면 말이다.

그래서 현대 재무 이론은 그들의 고객들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지대 추구(rent seeking)”형 인간들을 양산했다. 그러고는 세금으로 위기에서 빠져나간다.

지대추구형 인간들이 분명히 사회의 적이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나쁜 사람들을 찾아냈다. 바로 모방하는 사람들이다.

유니버사(Universa: 스피츠와 탈레브의 회사)에서 스피츠는 꼬리 위험 헷지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 지연된 랜덤 보상의 필요에서 벗어났다. 이 책 Safe Haven에서 소개되었듯이, 리스크 완화(risk mitigation)은 비용 효율적이어야 한다. (즉, 당신의 부를 증식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의미없는 리스크가 아니라, 의미있는 리스크를 완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투자할 수 있는 자산 종류로서 꼬리 위험 헷징이 태어난 순간이었다. 꼬리 위험 헷징은 포트폴리오에서 블랙 스완의 위험을 제거했다. 비용 효율적인 꼬리 위험 헷징은 다른 모든 종류의 리스크 완화를 파괴한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새로운 금융 카테고리가 생겼다. 이에 따라 수많은 모방자들이 생겼다. 이전에 현대 금융 도구에 속아넘어갔던 mutua muli 사람들이 팔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찾은 것이다.

유니버사는 다음을 증명했다: 꼬리 위험 헷징의 대체품이 없다는 것 뿐만 아니라, 꼬리 위험 헷징의 방법 자체에서도 — 포르셰 광고에서 보이듯이 — 다른 대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원칙에서 실행으로 가는 것은 매우 복잡하다. 외부인에게는 결과물이 간단해보일지 몰라도, 내부에서 보면 그 과정은 매우 어렵다. 수년 간의 연구와 실행이 필요하다. 또한 확률 메커니즘과 보상에 대한 이해와 자연스러운 경쟁 우위도 필요하다.

앞에서 말했듯이 마크의 경쟁우위는 피트 트레이딩과 자연스러운(인위적이지 않은) 꼬리에 대한 수학적 이해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 뿐만은 아니다. 그의 우위는 대부분 행동경향적인 것이고, 내가 그를 ‘완고한 사람’이라고 한 것도 순화시켜서 말한 것이었다. 아마도 가장 저평가된 인간의 속성은 ‘집착적인’, ‘지루한’, ‘원칙적인’일 것이다. 지난 20년 간 나는 그가 주어진 프로토콜에서 1인치라도 벗어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이 책은 금융 산업에 대한 그의 거대한 Fuck you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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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youn Kim
Jongyoun Kim

Written by Jongyoun Kim

CEO, Scatter Lab (http://www.scatterlab.co.kr) / Interests: AI, Startup, Uncertainty & Probability, Stoic, Relationship,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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